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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꼭 봐야 할 영화, 그린북 (공감, 편견, 연대)

by 2thrich 2025. 4. 8.

영화 ‘그린북’은 2018년 개봉 당시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각본상, 남우조연상 등 주요 부문을 석권한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실화 바탕의 로드무비를 넘어서, 인종차별이라는 복잡하고 민감한 주제를 진정성 있게 풀어낸 걸작입니다.

 

특히 2025년 현재, 인종과 성별, 계층을 둘러싼 갈등이 여전히 심화되고 있는 사회 속에서 ‘그린북’이 전달하는 공감과 연대의 메시지는 더욱 큰 울림을 줍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린북’이 오늘날에도 왜 반드시 감상해야 할 작품인지, 영화가 전달하는 공감의 힘과 편견을 넘어선 우정, 그리고 우리 사회에 던지는 연대의 의미를 중심으로 깊이 있게 분석해보겠습니다.

 

공감: 서로 다른 두 인물의 여정

‘그린북’은 현실에서 극과 극의 위치에 있던 두 인물의 만남으로 시작합니다. 백인 이탈리아계 운전사 토니 발레렐롱가와 흑인 천재 피아니스트 돈 셜리. 겉보기엔 공통점이 전혀 없는 두 사람은 1960년대 미국 남부로의 투어를 함께 하게 되며, 서로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쌓아가기 시작합니다.

 

영화 초반, 토니는 전형적인 인종적 편견을 가진 인물로 그려집니다. 흑인을 불신하며, 자신의 시각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믿습니다. 반면, 돈 셜리는 극도로 고상하고 절제된 삶을 살아가며, 오히려 흑인 커뮤니티로부터도 이질적인 존재로 여겨지는 인물입니다.

 

여정이 이어지면서 두 사람은 서로의 취약함을 보게 됩니다. 돈은 뛰어난 예술적 재능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편견 앞에서 철저히 고립되어 있었고, 토니는 경제적 어려움과 교육 부족 속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생존해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토니는 돈의 고통을 이해하게 되고, 돈은 토니의 우직함 속에서 인간적인 진심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우정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얼마나 값진지 보여줍니다. 공감은 이처럼 편견을 해체하고 관계를 새롭게 구성하는 강력한 힘으로 작용합니다.

 

편견: 사회 속 차별의 얼굴들

‘그린북’의 가장 강렬한 메시지 중 하나는 미국 사회에 만연했던 인종차별을 직접적으로 묘사하는 데서 나옵니다. 영화 속 돈 셜리는 고급 연주회에서 기립박수를 받는 스타지만, 연주가 끝난 후에는 그곳의 화장실조차 사용할 수 없습니다. 숙박이 거부되고, 레스토랑 출입조차 제한됩니다. ‘그린북’이라는 제목 자체도, 당시 흑인들이 미국 남부를 여행할 때 안전하게 숙박할 수 있는 장소를 알려주던 안내서에서 유래된 것입니다.

 

이 설정은 ‘여행’이라는 자유의 상징적인 행위를 ‘두려움’과 ‘위험’으로 치환시켜 보여주며, 당시의 구조적인 차별을 섬세하게 드러냅니다. 편견은 단지 사람들의 생각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것은 제도와 문화, 언어, 심지어 무의식적 행위로 스며들어 사회 전체에 작동합니다. 영화는 토니와 돈을 중심으로 다양한 편견의 층위를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토니가 돈을 ‘흑인답지 않다’고 평하는 장면은 스스로 가진 고정관념을 드러내는 동시에, 흑인에 대한 사회적 틀을 비판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로 작동합니다. 또한 돈 셜리는 흑인이면서도 클래식과 재즈라는 고급 문화예술의 영역에서 활동하며, 스스로도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인물로 묘사됩니다. 영화는 그를 통해 단순한 피해자로서가 아닌, 복잡한 인간으로서의 내면을 입체적으로 조명합니다.

 

연대: 함께 걸어가는 관계의 힘

‘그린북’은 단지 ‘인종을 초월한 우정’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영화는 나와 전혀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 수 있는가에 대한 철학적 물음을 던지며, 연대의 의미를 진지하게 탐색합니다. 여정의 마지막에 이르렀을 때, 두 사람은 단순한 고용관계를 넘어 ‘가족에 가까운 연대’의 형태로 변화합니다. 크리스마스 저녁, 토니는 돈을 자신의 가족 식사에 초대하고, 그의 가족은 처음엔 당황하면서도 곧 따뜻하게 그를 맞이합니다. 이는 단순한 장면이지만, ‘경계를 넘는 관계’가 어떻게 가능해지는지를 가장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순간입니다.

 

연대는 서로 같은 위치에 있지 않더라도, 서로를 존중하고 함께 걸어가려는 의지에서 시작됩니다. 토니는 돈을 보호하려 하면서도 그의 자존심을 무시하지 않으며, 돈은 토니의 무지함을 지적하기보다 그에게 스스로의 변화를 선택하게 합니다. 이처럼 강요 없는 이해, 인정 없는 우열 관계 대신에 나란히 걷는 자세는 오늘날에도 우리가 공동체 속에서 추구해야 할 관계의 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2025년의 사회는 여전히 다양성과 평등의 문제로 갈등하고 있습니다. ‘그린북’은 그 속에서 타인과의 차이를 공감하고, 편견을 넘어서며, 연대를 실천하는 방법을 구체적인 이야기로 제시해 줍니다. 이것이 바로 지금 우리가 이 영화를 다시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린북’은 단지 흑인과 백인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과 인간이 서로를 이해해가는 여정이며, 사회가 지닌 편견을 마주하고 이를 넘어서기 위한 실천의 기록입니다. 공감은 작은 대화에서 시작되며, 편견은 직면할 때 비로소 해체됩니다. 그리고 연대는 서로를 지지할 때 생겨나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그 어느 때보다도 갈등과 분열을 겪고 있는 이 시점에서 ‘그린북’은 강력한 치유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짜 관계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있다면, 오늘 바로 감상해보시길 권합니다. 이 영화는 당신의 마음을 움직이고, 시선을 바꾸며, 나아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변화시킬 것입니다.